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SNS나 각종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소식이나 의견이 매순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일부 글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면서 댓글 논쟁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다양한 면을 고려하면서 논조가 설득력 있어 공감이 가는 글도 있지만 근거가 모호한 일방적 주장으로 불편한 글도 거침없이 올라 온다.

이런 내용일수록 자극적인 표현이나 거침없는 주장으로 시선을 잡아 당긴다.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이나 표현에 대해 사실 확인 여부를 떠나 초점 잃은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듯 하다. 그냥 재미있고 자극적이면 한순간 쏠림을 유발한다. 

거침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된 언어들은 한 쪽에게 피해를 몰아 붙이고 뒤풀이마저 즐기며 안타까운 여운을 남긴다.

나중 사실 여부가 확인되어도 사과나 보상은 모호해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다들 시간의 장막 뒤로 숨어 버린다. 디지털화의 불편한 부작용이다.

뜻있는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사회적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

디지털화가 확산되면서 이제껏 경험해 보지 않은 쏠림 현상과 무분별한 확산에 대한 거름망은 사회적 공감대와 준비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분명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실현까지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도약이 필요 해 보인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내고 여과없이 문자화되는 사회는 일견 성숙한 사회처럼 보인다. 

마치 용광로처럼 다양한 재료들을 모아 녹여내는 과정은 또다른 물질을 기대해 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장의 공론화나 공감대 형성은 요원하고 일방적 주장이나 거친 표현이 앞서곤 한다.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주장이나 설득력은 설 자리를 잃어 버렸고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일방적이고 무력적인 주장은 허용 소음 기준을 훌쩍 뛰어 넘어 사회를 무기력하고 피곤하게 한다. 

이제는 ‘내로남불’이라는 어원도 불투명한 말이 국제사회에서 공론되고 있어 씁쓰름함을 더해주고 있다.

누구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고 서로 다른 주장을 담아 내고 공론화 하는 과정은 사회 발전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의사 표현과 사회 공감대 형성 과정은 비록 시간과 노력이 들지라도 꼭 필요한 절차이다. 다만 그 과정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이성적이어야 한다. 

각자의 기대치와 시간차에 따른 인내심이 다르기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래도 해 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물에 빗대어 사유해보고자 한다.

물(H2O)은 잘 알다시피 수소(H2)와 산소(O)가 결합된 물체다. 온도 즉 에너지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로 상(像)의 변화를 보인다.

온도가 0도 이하면 얼음 즉 고체가 되어 움직이지 않지만 0~100도 까지는 액체로 자유로이 흘러 다니고 그릇의 모양에 따라 외모도 변한다.

이러한 액체 상태를 우리 사회로 빗대어 보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각자의 주장을 담아 내는 것과 유사하다. 

때로는 오염된 물처럼 공익에 어긋나는 주장으로 오염되어 대중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도를 넘은 일방적 주장으로 마치 물난리를 겪 듯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인터넷 대중화와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게 되면서 정보의 평준화와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달 속도나 정보의 양이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늘어 나면서 정보를 소화하는 방식이 바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불과 수 년 전까지의 아날로그 시절에서 정보는 신문기자 등 특정인이나 권력 집단에 집중되었고 정보의 비대칭은 사회적 현상이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뉴스나 소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해석을 곁들이게 된다. 

신문사는 정보의 공신력도 높이기 위해 사설이나 전문성을 인정 받는 논설위원의 의견을 붙여 준다. 사회적 어른이나 정론으로 신망을 얻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독자들은 그 내용을 찬찬히 읽고 반추하고 나름 해석과 의견을 내기도 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져 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에 잘 읽거나 보고 듣고 나름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언론 통제나 지나친 과잉 진압이나 단속으로 제한된 시간도 우리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안점은 아날로그 특성상 정보를 반추하고 정리해 나가는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가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과 같아 보인다.

예전 청소년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고 음악을 들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었지만 지금은 휴대폰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 매우 간결하고 시인성이 뛰어 난 정보가 우선하는 세상이 되었다. 

YouTube나  Instagram등 동영상은 시청각 기반으로 매우 빠르게 전개되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조건반사식의 반응을 유발한다. 첫 눈에 화려하거나 재미있지 않으면 바로 선택에서 사라진다. 

예전의 사전보다 두꺼운 소설들은 몇 날 몇일 걸려 겨우 읽어 내었지만 읽는 과정에 머리속에서는 멋진 자연이 그려지고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되살아나 공감이 가며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한다. 독서의 힘이자 생각하는 두뇌의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 동영상은 이런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첫 화면부터 멋진 배경에 현란한 움직임이나 화법이 눈과 귀를 붙잡아 놓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선이 꽂히고 조건반사식의 반응만 남지 않나 걱정이 된다.

음악도 교향곡이나 뮤지컬은 몇시간 씩 엉덩이가 아파도 참고 듣다 보면 그 곡이 전하는 메시지가 공감이 가고 특정 멜로디는 한동안 뇌리에 남는다. 생각의 힘이다.

그러나 최근 K Pop이나 트로트는 워낙 재미있고 강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역시 생각하는 능력보다 느끼고 즐기는 조건 반사식 감성이 우선이다. 

디지털화가 가져다 준 변화다.

이런 디지털화는 필연적으로 아날로그 식 생각하는 여유보다 보고 듣고 바로 느끼며 반응하는 오감이 먼저다. 자연 이성적 사고와 판단보다 감정적 대응이 잦아지지않을까 걱정스러운 생각이 든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난무하는 주장이나 반박 내용들은 더더욱 그렇다.

널리 찾아 보고 깊이 생각해서 나온 내용이라기 보다는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앞뒤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아날로그적 여유와 이성적 판단을 갖춘 의견들이 아쉬운 경우가 잦아진다.

관련 자료들을 모아 설득력있게 주장을 펴되 공공의 이익을 앞세운 소통과 협상으로 사회적 정론을 모아 나가는 과정이 절실해 보인다.

시간을 갖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필요한 조정 과정을 거치는 아날로그식 패턴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는 마치 인위적으로 오염된 물이 시간이 지나면 내부 정화과정을 거쳐 자연적인 물로 되돌아가는 생태계를 보는듯 하다.

그러나 최근 비대칭 상황이 일반화되면서 각종 미디어에 접하는 시간이 늘어 나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보 습득 과정에 큰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제는 활자화된 글을 자세히 읽기 보다는 YouTube나 Instagram등 다양한 동영상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시청각(Audio-Visual)이 대중화되었다.

시청각은 본질적으로 활자보다 호소력이 강하다.

시선을 순식간에 잡아 채는 현란한 비주얼이나 사운드는 도저히 그냥 넘기기 어렵다. 또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 재미있고 매우 자극적이다. 

생존을 위한 경쟁 전략의 산물이다. 사실에 입각한 정도보다 첫 화면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이 우선하면서 기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정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나  보편적 가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은 마치 격랑에 휩쓸리는 물난리를 보는듯 하다.

우리 사회를 고체니 액체니 하면서 물리 현상으로 빗대어 보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지만 자연현상에서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비추어 보면서 사고의 틀을 넓히게 될지도 모른다.

고체는 물질의 조각들이 하나로 뭉쳐서 전체가 같이 움직인다. 공을 던지면 공을 구성하는 수많은 조각들은 한 방향으로 힘을 모으고 날아간다.

만일 각 조각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힘을 쓰고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그 물체는 공중에서 부서지거나 날라가는 방향이 바뀌고 말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사회를 고체처럼 취급하기는 곤란하다.

각 구성원들이 다양하고 개인간 연결고리 보다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일방적인 방향성을 강요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독재나 전체주의가 그렇고, 작금의 중국이 움직이는 방향도 흡사해 보인다. 자연 주변 국가들이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자, 그럼 우리사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내면서도 지속적인 발전과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이해를 맞춰내는 방법은 무엇이 좋을까? 그 지혜를 자연계의 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공급되면 온도가 올라간다.

보통 1gr을 1도 올리는데 1 칼로리(Cal)가 필요하다고 한다(그렇게 정했다). 물 1gr을 0도에서 100도까지 올리려면 100 칼로리가 필요하다.

물의 양이 많으면 소요되는 에너지도 비례해서 올라간다. 그러나 물이 100도가 되어도 수증기가 되기위해서는 또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물이 갖고 있는 잠열 (潛熱:숨겨진 열량)을 넘어 서는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비로서 수증기가 되고 그 잠열은 무려 539Cal나 필요하다.

물을 100도까지 올리는 것보다 에너지가 무려 5.4배나 더 많이 든다.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지만 물은 줄곧 100도에 머물러 있으면서 내부 변화를 시작한다. 바로 수증기로 상의 변화를 시작한다. 

아무리 에너지가 많이 공급되어도 잠열을 넘어서지 못하면 물은 그대로 100도의 뜨거운 물로 남아있을 뿐이다.

잠열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비로소 물은 끓기 시작하고 물 분자는 연결고리가 끊어지며 자유로이 날라 다니기 시작한다.

이때 물의 부피는 무려 1,670배 이상 비약적으로 커지고 온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삶에 크게 유용하게 쓰이게 된다.

이 팽창력으로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주고 뜨거운 열기로 나무의 셀룰로즈를 빼내어 종이를 만들어 준다.

한마디로 수증기는 물과는 공간적이나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형태로서 매우 자유로이 날아 다니고 에너지가 충만한 존재가 된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발전 과정도 이런 과정에 빗대어 유추해 볼 수 있다.

생존 중심의 원시 고대사회가 고체 상태였다면 지금의 문명사회는 액체상태로 다양한 활동과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 각 국가들은 다양한 성장 모델과 모멘텀으로 각자의 추구하는 가치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의 권리나 권익은 곳곳에 불평등한 구석이 엿보인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만일 우리사회가 물이 수증기로 바뀌듯 또 한차례 상의 전이 도약을 이룬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의견들이 사회가 추구하는 공익 발전에 따라 공감대가 형성되고 모아지며, 모두가 평등하게 권익과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것을 위해서는 자기 주장도 설득력 있게 펴야 하지만 남의 주장도 인내와 이해로 들어주고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소통과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과정이지만 꼭 필요한 사회적 모멘텀임은 분명하다.

이런 노력을 사회 각 계층에서 다양하게 꾸준히 노력한다면 점차 큰 규모의 사회에서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초등학교부터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매너와 지혜를 배우고 익히면 좋겠다.

기본 질서와 매너를 통해 자기 주장을 물리적으로 강압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설득 노력과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조정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런 사회가 이루어지면 보편적 가치가 중심이 되고 모두가 공감하며 사회가 방향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개인의 자유와 권익이 보장되니 각 개인은 마치 수중기의 기체 분자가 자유로이 떠다니 듯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영기 베트남 국립경제대학교(NEU) 방문 교수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엄청난 노력과 갈등을 거쳐야 할 것이다.

마치 물이 액체상태에서 기체인 수중기로 되기 위해 잠열(539Cal)을 넘어서야 하는 것과 같아 보인다.

주요 경력 :

(현재) 베트남 국립경제대학교 (NEU) 방문 교수

- 베트남 FPT 대학원 MBA 교수

- 한국 산업정책연구원 (IPS) 교수

- Campus-K, 하노이 공유 오피스 공동창업

- KOICA 자문관, Global CEO Academy 주임 교수

- GE Energy Asia Pacific Senior Sourcing Leader 

- CCI (Global 기업) 한국 대표 – 기술영업으로 성장 수익 달성

- 한국철강 단조 및 에너지 본부장 – 사업부 영업부문 총괄 전무

- LS전선(현대양행, 한국중공업) 농기계사업부 창설

- 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과 (8년 강의)

교육 훈련 및 자격증: 

- FTA 관리사 겸 경영컨설턴트 (산업자원통상부 주관)

- 경영지도사 (마케팅)

- 4T CEO 녹색전문경영과정 이수

- 한국경영 3.0 CEO 과정 이수

- aSSIST 경영학 박사

- CPSM(국제구매조달전문가) 자격 인증 (ISM주관)

- 뉴욕주립대 Stony Brook 졸업 (기술경영 석사)

-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 졸업 (학사 / 기계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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